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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게임 vs. 무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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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Soeun Uhm
Author
Soeun Uhm
problem-solving engineer, talented in grit.

유한게임, 무한게임. 경제학에서 나오는 게임 이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한게임은, 나도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알고(known player), 게임의 규칙도 아는 것이다. 게임의 결과도 승/패 로 명확히 나온다. 패자는 게임을 떠난다. 무한게임에서는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알수도 있고, 알지 못할 수 도 있다(known or unknown player). 게임의 규칙도 명확히 모른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의적으로 떠날 수 도 있고, 계속 게임에 머물 수 도 있다. 승/패 처럼 명확하게 나오는 결과는 없다. 결국에는 게임에 계속 머무는 사람이 이긴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 많은 유한게임을 거쳤다. 대학입시, 대학교에서 치른 수 많은 중간/기말고사 등등, 끝없이 이어진 유한게임이었다. 그때마다 게임의 결과에 따라 내 기분은 롤러코스터였다. 좋은 학교에 합격했을 때의 성취감. 시험을 치르고, 내가 쓴 답이 전혀 틀린 답이었음을 발견할 때 느꼈던 뱃속에서의 추락하는 느낌. 학교라는 틀 내에서, 짜여진 게임판 위에서 유한게임을 반복했다.

그러는 와중에 고등학교 친구 중 공부를 별로 잘하지 못했던 친구는 자신의 적성을 찾아 일찌감치 성공 비스무리 한 것을 하기도 했고,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던 친구는 끝끝내 대학입시에 실패해 연락이 끊겼다. 나도 분명 원하는 학교에 왔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찾기 까지 엄청 방황했다. 사실 지금도 마음 속에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내가 이 일을 선택한 것을 20년 후에 후회하지 않을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끝없이 괴롭힌다.

최근 읽은 글 중에, 삶을 무한게임처럼 살라는 글이 있었다. 유한게임의 결과인 승부 자체에 집착하지 말라는 거다. 끝이라는 자리에서 언제나 미래에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유한게임들이 있겠지만,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유한게임에서 패한다고, 인생이라는 무한게임에서 패하는 것은 아니니까.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품은 이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세상은 늘 변한다. 변한 세상에 따라서 새로운 규칙을 추가할 수 도, 낡은 규칙을 제거할 수 도 있다. 죽을 때까지 나는 무한 게임 속 플레이어 라는 마음가짐으로 산다면, 조금은 초연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